- 홈
- 업데이트 & 이벤트
- 낯선 곳에서 내 자리 찾기 —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커뮤니티를 만들다
낯선 곳에서 내 자리 찾기 —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커뮤니티를 만들다
게시일
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랐습니다. 이사는 새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없이 반복해 온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1년 전, 토리노로 이사했을 때는 달랐습니다.
어릴 때는 학업을 위해 이사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커리어를 위해서였습니다. 언제나 갈 곳이 있었고, 만날 사람들이 있었고, 저를 기다리는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가족을 위해 이사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도시에 서게 되었습니다.
실감한 순간
새 집으로 이사하고 문패를 달았을 때의 일입니다. 남편의 성과 제 성이 나란히 적힌 문패였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이 벨을 눌러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구나.
그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혼자라는 느낌, 보이지 않는 존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저를 몰랐고, 저도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편이나 가족만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낯설고, 집에서 멀고, 어딘가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와.
연결을 찾기 시작한 곳
1. 국제 여성 그룹
첫 번째 발걸음이었습니다. 서울 국제 여성 협회에서 자원봉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토리노에서도 비슷한 단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만난 곳이 토리노 국제 여성 클럽(International Women’s Club of Torino)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사람들. 대화가 더 자연스럽고 편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2. 어학원
언어 수업에도 등록했습니다.
거기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며, 하루하루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
실수를 함께 웃고, 소소한 성취를 나누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3. 소셜 미디어
가장 예상치 못한 연결의 공간이었습니다.
도시에서의 일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찾게 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연결이 생겨났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만남이 진짜 우정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
기반이 없는 새 도시에서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불편하고 외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커리어를 위해 이사하고, 익숙한 커뮤니티가 더 이상 곁에 없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연결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
아무도 모르는 방에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단 한 번의 대화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도시가 더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현지인들과 연결을 만드는 것도 집처럼 느끼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이야기라면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 단절된 느낌이 들거나,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런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으며,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새로운 삶 속에서 더 안정되고 연결된 느낌을 찾고 싶다면 연락해 주세요.
Written by 추희연 (Amy Chu), Ph.D. — 이중 언어 및 다문화 상담 전문가.